

최근 10년간 원/달러 환율 추이

위 그림은 최근 10년간 원/달러 환율 추세이다. 등락을 거듭하지만 대체적으로 오르는 추세이다. 금년 10월 20일 현재 1달러당 원화는 1,421.60원이다. 혹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우리의 원화가치가 오른 것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의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미 달러의 가치는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1997년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미 달러 가치가 상승하여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약 2,000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면 최근 원/달러 환율 추세는 원화가 약세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통화스왑은 파생상품시장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세협상과정에서 3,500억 달러 투자와 관련하여 논란이 제기되고 원/달러 환율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 미국과의 통화스왑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면 통화스왑(Currency Swap)이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시장을 이해하여야 한다.
달러 등 외환, 국채 등 채권, 주식, 원유 등 원자재와 같은 기초자산으로부터 파생되는 외환 및 금융거래 형태를 파생금융상품이라 하고 이러한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파생금융상품시장이라 한다. 파생금융상품시장은 계약 방식에 따라 선물시장, 옵션시장, 스왑시장으로, 기초자산의 형태에 따라 통화, 금리, 주가지수 등으로 세분되는데 통화스왑은 ‘통화’라는 기초자산을 ‘바꾸다, 교환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스왑’ 계약이라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은 어떻게 하나?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은 다양한 목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은행 간 체결하는 통화스왑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스왑은 금융시장에서 거래당사자 간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하기로 약정하는 거래로서 금융기관들의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환리스크 헤징 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통화스왑과정에서 자신이 받은 통화에 대해 그 통화에 기초한 이자를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다. 예컨대 한·미간 통화스왑을 한다면 한국의 경우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으니 달러이자를 지급하고 미국은 달러를 주고 원화를 받으니 원화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통화스왑의 장점은 무엇일까?
통화스왑은 중앙은행의 다양한 외화유동성 확보 수단 가운데에서도 속도와 비용면에서 우위를 가진다. 통화스왑은 중앙은행 간 구축하고 있는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자금지원 협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아울러 외환보유액과 달리 상시적인 관리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하면 원화는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교환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외화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을 때 스왑 한도 내에서 원화를 맡기고 달러화를 끌어올 수 있는 것이다. 즉 한국으로선 ‘달러화 우산’ 아래 들어가고 스왑 한도만큼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부도 위험이 낮아지고 대외신인도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금년 10월 9일 미국 재무부 장관은 미국과 아르헨티나 간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이 극심한 유동성 부족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수세에 몰린 아르헨티나를 통화스왑으로 도와주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즉, 미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왑을 체결해서 아르헨티나 페소를 받고 달러를 빌려줄 수 있는 조치이다.
* 기축통화: 국제 간의 무역결제나 금융거래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본통화를 의미하는데 20세기 초에는 영국의 파운드가 사용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IMF 체제하에는 미국 달러가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추가로 유럽연합(EU)의 유로, 일본 엔 등을 기축통화라 할 수 있다.

과거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왑 규모는 무엇일까? –
1차 통화스왑 체결(300억 달러)
한국과 미국은 과거 두 차례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코로나19 위기 초기인 2020년이었다. 첫 스왑을 체결할 당시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2008년 9월 15일) 등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했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이 또다시 1997년 말에 경험했던 IMF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은 EU, 스위스,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등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국 등 신흥국과의 체결은 주저하고 있었다. 한국은 당시 ‘리버스 스필오버*(reverse spill-over)’ 논리로 미국에 스왑 체결 필요성을 설득했다. 금융위기에 처한 신흥시장국이 자국 통화 안정을 위해 각자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면 미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는 급등)**하고 결국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미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당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만났을 때 리버스 스필오버를 거론하며 “We need swap(우리는 스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한국은행도 미국 중앙은행(Fed)을 설득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었다. 결국 미국은 2008년 10월 한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했다. 싱가포르, 멕시코, 뉴질랜드, 브라질 등도 통화스왑 대상 국가로 함께 지정했다. 한·미 통화스왑은 두 차례 연장 끝에 2010년 2월 종료됐다.
* 리버스 스필오버: 선진국의 금융위기로 인하여 금융위기에 처하게 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다시 선진국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현상으로 2008년 한미 통화스왑 협정 체결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가지고 있던 미국을 설득시키기 위한 협의과정 중 등장한 용어
** 채권가격과 채권수익(금리)은 반비례 또는 역의 관계에 있다.
과거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왑 규모는? –
2차 통화스왑 체결(600억 달러)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왑도 한국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체결됐다. 첫 번째 통화스왑의 두 배인 600억 달러 규모였다. 한·미 통화스왑이 체결된 2020년 3월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육박하던 시기였다. 당시 통화스왑은 미 연준(Fed)의 주도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미국은 한국 외에 호주 브라질 멕시코 등 8개국과도 같은 날 통화스왑을 맺었다. 그만큼 미국이 코로나19 위기를 심각하게 여겼다는 방증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도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한·미 통화스왑은 2021년 12월 추가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종료됐다.

한·미간 통화스왑 효과
한·미 통화스왑은 과거 체결 당시 외환·주식시장에서 즉각적으로 효과를 냈다. 2008년 10월 30일 새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당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원 떨어진 1,250원으로 마감했다. 1997년 12월 26일(-338원) 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주가(코스피) 지수도 115.75포인트 오른 1084.72로 장을 마쳤다. 증시 개장 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2020년에도 패닉 상태이던 금융시장이 안정됐다. 202년 3월 19일 밤 한·미 통화스왑 체결이 발표되자 다음 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9원 20전 내린 1,246원 50전으로 마감했다. 주가(코스피) 지수는 108.51포인트 오른 1,566.15로 장을 마쳤다. 이렇게 한·미 통화스왑이 체결되면 외환, 주식시장의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점을 보면 그 필요성이 높다고 하겠다.
미국과의 통화스왑 체결은 실제 사용되지 않아도 공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쉽게 말해 우리가 마이너스 대출한도를 약정해 놓으면 유사시 대출을 일으킬 수 있으니 안심이 되는 효과와 동일하다. 즉, 통화스왑은 유사시 외화유동성 제공을 통해 대외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함으로써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공시효과: 계획치나 예측치 따위를 공표함으로써 공표 이전에 비하여 대상자의 행동에 더 많은 변화를 초래하는 효과.

통화스왑에 필요에 대한 이슈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이 언급되지만 한·미 통화스왑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뉜다. 학자들은 만약 통화스왑이 체결된다면 현재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기는 하겠지만 지속적으로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미 통화스왑을 통해 들어오는 달러는 현물환시장이 아니라 외화자금시장에 투입되며 한국의 시장 상황을 보면 현물환시장에서 달러가 부족해 환율이 오르는 것일 뿐 외화자금시장엔 전혀 문제가 없고, 높은 이자를 주고 달러를 더 빌리려는 수요도 없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한·미 통화스왑 체결 때만 해도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이자를 좀 더 내더라도 달러를 빌리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한·미 통화스왑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1,20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은 연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고, 이듬해 3월에는 1,55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도 통화스왑 체결 원할까?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입장에서 한국의 원화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화스왑을 체결하려는 당사국 간의 실질적인 필요성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이 한국과 통화스왑을 체결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달러가 미국의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움직임이어서 달러를 푸는 효과가 있는 통화스왑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이 한국만을 상대로 통화스왑을 체결할 가능성도 작다. 다만, 금년 10월 9일 미국이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통화스왑을 체결하면 마이너스 대출처럼 안심이다.
현재 상황에서 미 연준(Fed)이 통화스왑 대상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관세협상과 관련된 우리의 외환시장의 불안한 모습을 잠재우려면 통화스왑이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우리가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은행에 일정 규모의 마이너스 대출한도를 약정해 놓으면 필요한 돈을 적기에 빼 쓸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효과가 크다 하겠다. 특히 최근 외환시장에서 불안한 모습을 감안하면 한국과 미국의 통화스왑은 그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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