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수지에서 본 국가의 거울
한 가계의 수입이 지출을 초과할 때 가계수지는 흑자가 되고, 이 흑자는 가계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이 지출보다 클 때 경상수지 흑자가 일어나고, 이 나라의 (대외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대외자산은 증가한다. 따라서 대외자산과 부채의 변동은 국민경제의 대외활동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
반대로 개인이나 기업이 부채가 많은 가운데 적자가 지속되면 부도위험에 내몰리듯이 한 나라의 대외부채가 과다함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적자가 개선되지 않으면 외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다.
물론 천조국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지난 40여 년간 한 해를 제외하면 경상수지적자가 끊이지 않고 순대외부채가 26조 달러에 이르는 나라도 있다. 글로벌경제의 중심국 미국이다.

거래·비거래 요인이 함께 만든다.
한편 저축을 예금할 지 아니면 주식에 투자할 지에 따라 자산가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대외자산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도 그 구성에 따른 차이가 있다. 이것은 대외부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외자산과 부채의 변동은 경상수지와 같은 거래요인뿐 아니라 시장가치와 환율의 변동에 따른 비거래요인도 반영한다.

국제투자대조표가 보여주는 스냅샷

국제투자대조표는 특정시점에서 한 나라의 대외금융자산과 부채, 그리고 그 구성을 기록하는 스냅샷이다.
표는 2000년 말, 2010년 말 그리고 2024년 말 순대외자산, 대외자산과 부채와 해당기간 동안 발생한 거래요인을 국제수지표로부터 구한 다음 다시 비거래요인을 추정한 것이다.

흑자 기조에도 줄어든 순자산, 그리고 2010 이후 반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룬 경상수지흑자기조에도 불구하고 순대외자산은 2010년까지 10년에 걸쳐 오히려 10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해 대외부채가 대외자산을 크게 초과했다. 한편 2010년 1300억 달러가 넘었던 순대외부채는 2024년 1.1조 달러의 순대외자산으로 탈바꿈해 현재 전 세계 10위를 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변화는 대외자산과 부채의 변동에서 차지하는 비거래요인이 2010년을 기점으로 큰 차이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외부채변동에서 차지하는 비거래요인이 대외자산에 비해 압도적이었던 패턴이 2010년 이후 역전되었다.

자산·부채 구성 변화와 환율의 영향
역전된 패턴은 우선 대외자산에서 차지하는 준비자산, 즉 외환당국의 보유외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직접투자와 주식투자 등 위험자산이 크게 늘어난데 중요한 요인이 있다. 한때 그 비중이 60%가 넘었던 준비자산은 현재 20% 미만으로 감소했고, 10% 남짓했던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는 60%로 높아졌다.
대외부채의 경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투자 가운데 국내주식투자가 꾸준히 감소하는 대신 부채성 증권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이후 원화의 대외가치가 하락하는 추세는 또 다른 요인이다.

늘어난 순대외자산의 의미와 잠재 리스크
순대외자산이 늘어나는 현상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특히 전례 없는 고령화로 생산인구비중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일어나는 생산활동(GDP)의 위축을 해외투자가 창출하는 소득(GNI)*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순대외자산이 각각 3.6조 달러, 1.4조 달러에 이르는 일본과 대만이 우리보다 앞섰다.
다만 변동성 높은 국제자본흐름의 속성을 고려할 때 유의할 것이 있다. 내국인의 해외 위험자산의 취득이 경상수지흑자뿐 아니라 해외자본유입으로 그 재원이 조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1년 이후 순 유입된 해외자본은 경상수지흑자의 절반 남짓한 규모다.
‘확정’ 대외금융자산과 부채인 대외채권채무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외국인 국고채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렇듯 늘어난 국고채** 수요는 그만큼 높아진 한국정부의 신용과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그러나 한편 유입된 외화자금이 해외 위험자산의 투자로 리사이클되는 것은 가계에 비유하자면 저축 외 마이너스 통장도 개설해 주식투자를 하는 셈이다.
전 IMF 부총재 고피나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AI가 지핀 미국주식시장의 과열양상을 2000년 닷컴 버블(dot-com bubble)***에 비유했다. 고피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 세계 GDP의 약 20%에 달하는 15조 달러 이상의 재산손실을 볼 수 있으며 닷컴 버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GNI: GDP +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 해외로 나간 소득으로 국민이 실제로 얻은 총소득
** 국고채: 정부가 공공목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 및 공급하고, 국채의 발행 및 상환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설치한 공공자금관리기금의 부담으로 발행되는 채권
*** 닷컴 버블(dot-com bubble): 2000년대 초 인터넷기업 주가가 급등하다 폭락한 사건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IBK 전문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왑이 긴요한 이유 (0) | 2025.10.23 |
|---|---|
| 원-달러 환율의 메시지 (0) | 2025.09.25 |
| 주식 프리미엄 퍼즐의 함의 (4) | 2025.08.21 |
| 청년층 실업률이 높은 이유와 일자리를 늘리려면 (5) | 2025.08.14 |
| AI 디지털 기술혁명과 인적자본 (2) | 2025.07.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