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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원-달러 환율의 메시지

by IBK.Bank.Official 2025. 9. 25.

 

환율제도의 두 축과 그 한계


환율제도는 큰 틀에서 보면 변동환율제도*와 고정환율제도**로 양분된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회원국의 13.4%가 고정환율제도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32.5%가 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나머지는 소프트 페그(soft peg)***라고 하는 두 환율제도를 절충하는 방식이다.
어느 환율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고정환율제도는 환율에 대한 ‘약속’으로 경제주체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변동환율제도는 외환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중시한다.
물론 그 ‘약속’은 언제나 지켜질 수 있는지, ‘보이지 않는 손’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외환위기 시 고갈되는 보유외환과 폭등하는 환율의 공포는 정부가 환율을 통제하기도, 시장에 맡겨 두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 변동환율제도: 환율이 외환시장 등에서 자유롭게 결정되는 제도로 이론적으로 변동환율제도는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간에 불일치가 발생할 때 환율이 즉각적으로 조정되어 균형을 회복하므로 국제수지가 항상 균형을 이루게 된다.
** 고정환율제도: 환율 변동을 인정하지 않거나 환율을 일정 범위 내로 고정시켜서 안정을 꾀하는 환율제도
*** 소프트 페그(soft peg): 준비통화 또는 여러 통화의 바스켓에 대해 통화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용되는 환율 제도
**** 보이지 않는 손: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 즉 가격 매커니즘을 통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힘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달러화의 세계적 영향력

 달러화 중심의 현 국제통화질서 하에서 달러화가 전 세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2022년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연준의 늦장 대응은 긴 시간대에 걸친 높은(Higher for longer) 금리를 초래했고 원-달러환율뿐 아니라 전 세계에 달러화 강세장을 동반했다. 그런데 달러화 대비 모든 나라 통화가 같은 비율로 그 가치가 하락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한 나라의 달러화 환율은 미국의 고금리에 따른 강 달러(Strong Dollar)*라는 공동요인과 그 나라경제 특성에 따른 개별요인도 함께 반영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두 요인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 강 달러(Strong Dollar):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강세인 상황

지수로 본 원-달러환율 변동

 


그림은 팬데믹 직전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월별 달러화 유효환율과 원-달러환율을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지수화를 해 그 값을 보여준다.
우선 유효환율은 양자 간 환율을 하나의 지표로 통합해 달러화의 대외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고안되었는데 주요 무역상대국 시장환율의 가중평균치로 산출된다. 달러화 유효환율은 다시 2020년 1월을 100으로 놓아 지수화했다.
한편 원-달러지수도 2020년 1월을 100으로 하되 그 값이 증가하면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상승하도록 원-달러환율을 조정해서 산출했다. 지수화는 달러화 유효환율과 원-달러 환율을 일목요연하게 비교 가능하게 한다.

2025년 8월 달러화지수는 104.9로 2020년 1월 대비 그 가치가 4.9% 상승했다. 같은 시점 원-달러지수는 84.1로 달러화 대비 그 가치가 15.9% 하락했다. 여기서 원-달러지수 하락 폭 15.9 가운데 4.9가 달러화가치의 상승, 즉 공동요인이며 나머지 11은 한국경제에 고유한 요인, 즉 원화가치하락이라는 개별요인에 해당한다.
요약하면 2025년 8월 원-달러환율은 2020년 1월 대비 15.9% 올랐는데 이 가운데 4.9%는 달러화강세, 11%는 원화약세에 따른 결과다.

이와 같이 원-달러지수의 변동을 달러화강세와 원화약세요인으로 구분하면 포스트 팬데믹 원-달러환율이 폭등한 배경을 규명할 수 있다. 그림의 노란 실선은 2020년 1월 대비 원-달러지수의 하락폭 가운데 원화약세요인만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그림에서 원-달러지수와 원화약세요인이 유사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실제로 그 상관계수는 0.93으로 매우 높다. 쉽게 말해 원-달러환율 변동의 93%는 달러화와 무관한 것이다. 표본기간 68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의 폭등은 원화약세에 압도적인 요인이 있다는 함의를 가진다.

아시아 통화와의 비교 시각

 
참고로 엔-달러환율의 경우 엔화 약세요인이 97%를, 7월까지만 해도 미달러화보다 그 가치가 높았던 대만달러-미달러 환율도 대만달러 강세요인이 74%를 각각 차지했다.
다만 주요 신흥시장 대미환율을 통합한 달러지수는 오히려 달러화 강세요인이 58%를 점유했는데 신흥시장 달러지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나라별 특성이 상쇄되었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의 시사점

 
미 연준의 금리인상 계기로 폭등한 원-달러환율은 비록 완화적 통화정책기조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원화약세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반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금년 달러화지수가 크게 하락했음에도 원-달러환율은 잠시 반등했을 뿐이다. 원화약세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율은 내외금리차와 함께 경제성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엔화약세가 초저금리 때문이라면 원화약세는 저성장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한다. 당초 과다한 빚에서 시작되었으나 미국의 관세부과로 수출부진까지 더한 한국경제의 이중고가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외환시장이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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