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BK 전문가이드

주식 프리미엄 퍼즐의 함의

by IBK.Bank.Official 2025. 8. 21.

 

안전성과 수익성의 상충 관계


세상에는 현금과 예금부터, 증권, 파생상품(기초 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는 금융상품, 예: 선물·옵션)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금융자산이 존재한다. 이 자산들은 그 속성을 안전성과 수익성의 두 축으로 식별될 수 있으며 둘 사이에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즉 안전성이 높으면 대신 수익성이 낮고, 수익성이 높으면 안전성이 낮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들 자산은 공존할 수 없다.

통상 안전성이 높은 자산을 안전자산, 수익성이 높은 자산을 위험자산이라고 하는데. 과세권을 가진 정부가 발행한 빚, 즉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한편 주식은 기업의 성과에 따라 남은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잔여청구권*이므로, 가격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 잔여청구권: 기업의 우선적 채무을 제외한 후, 주주 또는 특정 권리자가 남은 이윤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주로 기업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6%p 차이의 수수께끼, 주식 프리미엄 퍼즐


40년 전 1889-1978년 미국 데이터에 기반해 추정한 주식의 평균수익률이 단기 국채보다 연평균 6%p 더 높았던 사실을 발견했다. 6% 위험자산 프리미엄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위험회피성향만으로는 설명하기 매우 어려워 주식 프리미엄 퍼즐이라고 한다.


이 퍼즐은 시간대를 변경해도 여전히 퍼즐이다. 만약 1926년 1달러를 주가지수와 국채에 투자했다면 2000년 2587달러, 17달러로 역시 위험자산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

복권에 빗댄 위험회피의 역설과 연구의 파급효과

 


이 퍼즐을 비유하자면 각각 50% 확률로 5천 만원, 1억 원에 당첨되는 복권을 생각해 보자. 이 복권의 기대 값은 7.5천만 원이다. 그런데 이 복권 대신 현금 5.13천만 원을 더 선호하는 극단적인 위험회피성향의 사람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주식 프리미엄 퍼즐을 발견한 경제학자는 노벨상을 수상했고 재무경제학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수의 연구문헌이 이 퍼즐에 도전할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컸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퍼즐은 확인되었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국내연구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어쩌면 짧은 시계열의 탓일 수 있다.

누가 주식을 보유하는가?


주식 프리미엄 퍼즐은 매우 높은 프리미엄, 즉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만약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충분히 늘린다면 그 수익률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누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미국 분위 별 가구의 자산구성에 대한 연구조사들은 공통적으로 자산분위에 따른 주식보유편중현상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순자산 상위 10%가 개별주식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데 상위로 올라갈수록 편중현상은 더 심하다. 하위 90%는 대부분 연금으로 주식을 간접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현금, 예금이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살고 있는 주택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들 연구조사는 비록 표본기간과 방법론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자산규모와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위험자산(주식)의 비중 사이에 뚜렷한 정(+)의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한 연구는 미국 중산층(하위 50%~90%)과 상위 10%간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것은 상위 10%가 지난 50년에 걸쳐 주식을 보유한데 결정적인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채가 만드는 투자 장벽


요컨대 주식을 보유한 상위 10%가 주식 프리미엄의 대부분을 독점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위 90%는 주식 대신 현금과 예금을 금융자산으로 보유할까 의문이 남는다.

아마도 빚 때문일 것이다. 빚은 가계의 순자산을 줄여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의 빚은 하위 50~90% 가구 자산의 약 15%를 차지하며, 상위 1%가 이 빚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복리효과와 자기 규율의 교훈


복리효과란 초기 투자금에 생긴 수익을 다시 원금에 더해 재투자함으로써, 이자가 이자에 붙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이 눈덩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긴 시간대에서 주식 프리미엄은 수익률의 복리효과를 반영한다. ‘투자의 구루(스승)’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일찍이 복리효과를 이해하고 실천한 인물이다. 그가 검소한 생을 영위하는 것은 분명 어린 시절부터 빚 없이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 몸에 밴 습관 때문일 것이다.

주식 프리미엄 퍼즐은 두 가지 중요한 함의를 준다. 하나는 잠재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가려 충분한 복리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아니면 지수펀드를 선별해 장기 투자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적절한 자기 규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40년 전 세상에 알려졌지만, 막상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여전히 퍼즐로 남아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