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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한국이 직면한 인구학적 전환과 경제의 미래

by IBK.Bank.Official 2025. 2. 26.

한국 인구 감소 전망과 예상보다 빠른 고령화

2023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는 우리나라 인구가 2024년 피크(5180만 명)에서 2050년까지 417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년 만에 전망을 수정한 것인데 예상치 못한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낮은 출산율은 한국을 더 늙게 했다.
고령화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2024년 UN 세계인구전망은 세계인구는 증가하나 그 증가율은 감소해 80억 세계인구는 향후 30년간 20억 순증가 후 안정될 것으로 보았다. 이미 40여 개국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2/3가 인구대체율(2.1) 미만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인구학적 전환은 인구가 생산성의 제약을 받고 다시 생산성이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진화과정을 밟는다. 후발 선진국 가운데 고속성장을 이룬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선진국보다 인구학적 전환, 즉 고령화가 늦게 시작했으나 그 속도는 매우 빠르다. 초저출산 때문이다.

초저출산과 비용질병이 불러온 인구 구조 변화


초저출산은 높은 출산 기회비용과 자녀 육아비용에서 비롯하는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압축성장을 이끌었던 선택과 집중의 불균형 성장에 배경이 있다. 불균형성장은 짧은 시간에 수출산업과 같은 성장부문이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교육, 보건과 같이 생산성이 낮은 정체부문의 공급비용을 높이는 비용질병*을 동반했다.
*비용질병: 노동생산성이 증가하지 않는 직군에서 임금이 상승하는 현상

대체율 이하로 떨어진 1984년(1.74)부터 합계출산율은 40년간 하락해 현재 세계최저 수준(204개국 가운데 203위)으로 추락했다. 그 결과 중위연령이 1965년 18세에서 2025년 47세로 크게 늘어나 일본(50세) 다음이다. 높은 중위연령은 조만간 노년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반대로 생산인구는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인구모멘텀과 생산인구 감소의 경제적 충격


인구모멘텀*은 인구연령구조가 인구변화를 주도하는 현상이다. 한국은 대체 출산율 이하를 기록한 지 40년 후 비로소 인구감소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출산율이 낮아도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가임 인구비율이 높아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크게 감소한 가임인구비율로 인해 출산율이 반등한다고 해도 앞으로 수십 년간 인구감소는 불가피하다. 

생산인구의 감소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중대한 도전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전체인구 대비 높은 생산인구비율은 고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인구배당효과라고 한다. 반대로 동 비율이 줄어들면 성장을 잠식하는 역 인구배당효과가 일어난다. 실제로 한 연구는 2020-2050년 기간 일인당 GDP 성장이 140개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연 1.7% 감소)해 고령화가 우리보다 4반세기 일찍 시작한 일본과 큰 대조를 보인다. 같은 기간 동안 생산인구비율이 일본의 2배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인구모멘텀: 출산율이 대체 수준까지 하락한 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경향

인구 감소 시대, 생산성 혁신만이 해법


인구문제는 단순히 정책이나 제도의 개선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많은 선진국에서 출산장려, 이민, 정년연장을 꾀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출산장려책은 비용질병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민은 손쉽지만 미봉책이다. 비용질병이 모든 이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이민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은 이해가 엇갈려 역시 쉽지 않다.

인구모멘텀은 한국경제가 대질주 후 대수축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대수축에 대응한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 혁신이다. 일하는 식구가 줄어들어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런데 이 예측이 간과한 것은 인류가 당면해 온 노동의 희소성 문제는 사라지고 분배만 남게 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인구 모멘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실은 기계가 인간이 불필요하게 되는 세상이 아니라 덜 필요하게 되는 세상, 신노동에 대한 수요보다 불필요해진 구노동이 더 많아지게 된 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인구가 줄어도 희소성과 분배를 둘러싼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는 대신 더불어 경쟁하는 시대에서 신노동을 키워낼 인적자본의 함양이 생산성 혁신으로 가는 첫째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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