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영화 <카운터페이터> : 위조지폐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두 번째 이야기, 영화 <로그 트레이더> : 선물거래와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
세 번째 이야기,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십자군 전쟁과 템플기사단 그리고 은행의 시작
네 번째 이야기, 영화 <레미제라블> : 금융이라는 심장이 사라진 사회의 비참한 사람들
‘부 (富)’라는 의미의 영단어 wealth의 어원은 weal 이고 weal은 건강이나 행복을 의미하는 지금의 웰빙 well-being에서 나왔다.
하지만 어원과는 달리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부의 양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계층으로 나눠지게 되고, 부로 구성된 인간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빈민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이나 건강과는 멀어진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2012년작 톰 후퍼 감독의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은 원제 <Les Miserables>의 의미대로 ‘비참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레미제라블>
금융이라는 심장이 사라진 사회의 비참한 사람들
부(富)를 축적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인류가 수렵생활을 하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냥이라는 경제활동을 통해 하루하루 먹을거리를 마련하면서 살아가던 인류의 조상에게도 밥벌이는 아마도 고단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사냥감이 늘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어떤 때는 사냥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옆 동네 다른 부족 사람들에게 사냥감을 뺏기거나, 병이 나서 사냥을 못나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밥벌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안정적으로 ‘밥 벌어 먹고 살기’ 위해 인류는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서로 돕고 살자 라는 생각을 바탕으로‘사회’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사람들의 집단인 사회는 경제 (economy)라는 일종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경제 시스템의 시작이다.
초기 경제시스템은 아주 심플한 구조였다. 서로의 잉여자원을 교환하는 것. 그러다가 이를 중개하는 상인이 생겨나고, 3차 산업인 상업이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을 지지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사회는 복잡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금융은 이러한 복잡한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금융의 본질은 자본의 유통이다. 자본(돈)을 경제 시스템 구석구석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금융은 사람으로 따지면 피를 온 몸 구석구석 돌게 해 몸에 필요한 산소나 영양분을 공급하는 심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심장이 만약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사회의 경제시스템은 붕괴되고 자본의 비대칭으로 인해 발생되는 부의 편중은 심각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격차를 만들어 낸다. 역사적으로 공화제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던 18세기의 프랑스는 이러한 격차가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1721년 은행이 사라진 프랑스
장 발장이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던 1796년으로부터 150여 년 전인 1643년, 스스로를 태양의 신으로 자처하길 좋아해서 사람들이 태양왕이라고 불렀던 루이14세가 즉위했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선언한 루이 14세는 절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제위 초기부터 절대 왕권을 확립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가 확립한 절대왕권은 프랑스 왕실을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왕실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이 한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하면 반대로 국가의 발전은 느려진다. 국가의 모든 것들이 한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그리고 그 한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기에 진보나 발전은 더뎌지게 되고 그리고 진보가 더뎌진 사회는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정체되어 쉽게 부패해가기 마련이다.
루이 14세는 과도한 왕권 유지를 위해 많은 전쟁을 벌이거나 매관매직을 하는 등 스스로 시스템을 붕괴시켰고, 결과 유명한 ‘존로의 미시시피 거품’을 절정으로 1721년 당시 프랑스 최초의 은행으로 프랑스 경제를 이끌던 방크로열은 파산에 이르게 된다.
믿었던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국민들은 은행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부터 80여 년 동안 프랑스에서는 은행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금융이라는 사회적 심장이 실종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왕권이 금융을 대체하면서 세금징수를 둘러싼 사회적 불만은 높아져갔고, 급기야 국왕의 왕권을 억제하려는 국민의회의 움직임에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루이 16세가 파리 외곽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의회를 자극하자, 파리 시민들은 이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민병대를 조직하여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한다.
만명에 가까운 시민들과 민병대가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자, 이에 바스티유 수비대는 15문의 대포를 꺼내 시민들에게 발포하였고, 100여명의 시민들이 사망했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혁명으로 불리우는 프랑스 대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793년 공포정치에 침묵해가는 프랑스
혁명은 성공했다. 다음 날 루이 16세를 혁명을 인정하고, 국민의회가 국왕의 권한을 제약할 수 있게 하는 헌법제정을 하도록 승인했다. 그리고 8월 26일 국민의회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인권선언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렇게 숭고한 명분을 가지고 시작한 혁명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변질되어 갔다. 그동안 루이14세가 구축한 절대왕권으로 국왕이 여전히 세금징수권을 가지고 있고 세입이 끊어진 혁명정부는 재정적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만일 이 때 금융이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면, 혁명정부는 금융을 통해 재정위기를 해결했겠지만, 당시 프랑스는 은행이 없는 나라였다.
혁명정부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토지를 담보로 하는 아시냐 (Assignat)라는 채권을 발행하여 이를 통해 재정을 충당하려 했다. 이런 혁명정부의 시도는 성공이었다. 혁명정부가 임시로 구성한 금융시스템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만일 아시냐가 제대로 조절이 되었다면, 프랑스 혁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 혁명을 우려하고 혁명의 불길이 자국으로 퍼질 것을 두려워한 다른 유럽 왕실들이 프랑스를 군사적으로 압박하자, 급히 군대를 조직하기 위해 혁명정부가 무리하여 아시냐를 너무 많이 발행하는 바람에 통화팽창이 시작되었다. 결국 또 한 번 경제는 무너졌고, 혼란은 다시 가중되었다. 그리고 금융이 무너진 사회를 통제하기 위해 철과 피에 의한 통치가 시작되었다.
1793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뜨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시작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는 심각한 사회적 불안감과 함께 경제를 파탄시켰고, 사소한 범죄도 극형으로 다스려졌다. 혁명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실시한 최고가격령은 별 효과없이 폐지되고, 오히려 물가는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야말로 빈민들의 삶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금융이 사회 시스템 유지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자본의 유통이다. 금융시스템이 실종된 이 시기 프랑스에서는 자본의 유통 구조가 왜곡되고 자본이 제때 공급되지 못하자 이로 인해 생산량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이는 절대적인 빈곤층에게는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조차 큰 문제로 작용하게 된다. 장발장도 이때 빵 한조각을 훔치다 체포되고 5년 형을 받지만, 이후 몇 번의 탈옥 시도 끝에 무려 19년간의 징역을 살게 된다. 그리고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 패하던 해, 장발장은 가석방으로 출소한다.
빵 하나를 훔쳤을 뿐이오. 누이와 조카를 위해서였소. 굶주림에 죽어가는..
또 굶주릴 것이다. 법의 의미를 모른다면
지난 19년의 의미는 알지. 난 법의 노예였소
자기 이름을 기억하라는 자베르를 뒤로 하고 출소한 장발장은 은식기를 훔친 자신을 용서하고 은혜를 베풀어준 마리엘 주교의 행동에 감명을 받고 북부의 소도시 몽레이유에서 사업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 1편 끝 -
글 : 문화콘텐츠금융부 문동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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