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영화 속 금융이야기] 시리즈에서는 역사상 최대의 위조지폐 투하 작전이었던 베른하트 작전을 영화로 만든 <카운터페이터>를 통해 금융과 신용, 그 중에서도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지 않았을 때 오는 엄청난 혼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무너졌을 때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고 합니다. <카운터페이터>에서도 이런 혼란을 겪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1995년 2월 26일 최대의 민간은행 중 하나인 영국의 베어링스 은행 임직원들 역시 이런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 자세한 내막을 지금부터 들어볼까요?
200년 된 영국 은행이 망한 이유
베어링스 은행은 영국 런던을 근거지로 한 영국 민간 은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머천트 뱅크들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1762년 설립되어 영국 여왕의 주거래 은행이기도 해 여왕폐하의 은행 (the Queen’s Bank)으로 불렸습니다.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가 내깃돈으로 건 2만 파운드를 맡겼던 은행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면서 그야말로 역사의 굵직굵직한 면면에서 활약한 이 은행이 1995년 어느날 단돈 1달러의 가치로 추락하며 다른 금융기관으로 매각됩니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깊은 은행을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만든 이 엄청난 사건의 시작은 어느 신입직원의 작은 실수와 그것을 숨기려고 했던 한 담당자의 무책임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악마의 손’이라 불리는 닉 리슨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악마의 손’이라 불리는 운 좋은 남자
여기 닉 리슨이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입니다. 그런 그가 증권자유화 조치로 확대되기 시작한 증권업계 대규모 고용의 혜택을 입게 되면서 세계 최대 민간은행 중 하나인 ‘베어링스 은행’에 입행하게 됩니다.
그는 성공한 증권 거래인이 되고 싶은 꿈많은 20대 청년이었습니다. 비록 고교 중퇴에 경험은 없었지만, 의욕만은 하늘을 찔렀던 그를 은행에서는 인도네시아로 보내 불량채권을 처리하는 일을 맡깁니다.
자카르타에서 불량채권 처리를 묵묵하게 처리해 낸 닉 리슨은 공을 인정받아 본인이 하고 싶어하던 증권거래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당시 개설된 지 얼마 안된 싱가폴의 국제통화거래소 (SIMEX)에 발령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업무 파트너인 리사와 결혼하며 닉 리슨은 그야말로 인생의 전성기를 맞아 선물 및 옵션 거래 딜러로서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선물(futures, 先物) 이란 무엇인가?
선물 (futures, 先物) 거래란?
장래 일정시점에 수량, 규격, 품질 등이 표준화되어 있는 특정대상물을 계약체결 시에 정한 가격.
즉, 선물가격으로 인도, 인수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입니다.
올해 초복에 수박을 먹었습니다. 1년 뒤에도 초복 날 수박이 먹고 싶은데, 지금은 100원인 수박가격이 왠지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선수금 10원을 지불하여 1년 뒤 초복 날에도 현재 수박 가격인 100원에 수박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삽니다.
그리고 일년 뒤 초복 날 수박 값이 200원이 되었다고 하면, 10원의 선수금을 투자하여 100원으로 200원짜리 수박을 샀기 때문에 100원을 득 보게 되는 것입니다. 만일 이 때 수박을 200원에 팔게 되면 100원만큼의 차익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선물거래의 가장 기초적인 개념입니다.
선물은 ‘미래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이익이다’라는 논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만일 미래에 현물의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를 때 이익을 보는 쪽이랑 손실을 보는 쪽이 현재 시점에 선물 시장에서 거래를 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미래에 가격이 오르던 내리던 상관없이 서로의 리스크를 교환하는 것을 통해 미래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파는 사람은 가격이 내릴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사는 사람은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즉, 선물거래의 원 개념은 돈을 번다는 개념보다는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개념인 것이죠.
선물거래는 처음에는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헷지 거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현물과는 관계없이 차익만을 집중적으로 노리며 시장에 참여한 투기 거래자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후 다양한 참여자들이 선물 시장에 나타나게 되면서,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물거래 시장은 점점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에서 오는 ‘베팅’에 따라 소위 ‘잭팟’이라고 불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얻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는 ‘겜블’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도 이런 선물거래의 또 다른 이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정을 추구하는 선물거래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이 도박같은 ‘미래 맞추기’가 닉 리슨에게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마법의 램프였다면, 반대로 베어링스 은행에 있어서는 가장 큰 불행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 닉 리슨이 활약하는 싱가폴 SIMEX 시장 이야기는 영화 속 금융이야기 - <로그 트레이더> 2탄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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