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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인공지능시대의 기업

by IBK.Bank.Official 2026. 1. 22.

 

AI는 노동과 조직의 기본 단위를 바꾼다


최근 한 언론은 인공지능(AI)이 바꿀 직업의 세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실었다.* 이들은 비록 표현은 다르나 AI의 범용기술이 기업을 인간중심조직에서 인간과 기계의 결합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고용과 조직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예측의 공통분모는 생산인구감소에 대응해 AI가 노동을 양(量)에서 구성의 문제로 바꿀 것이라는 인식이다. 신입직원의 업무와 중간관리층의 역할을 축소하고 성과측정, 인사, 협업 등 조직관리를 실시간 최적화하며, 개개인의 역량에 기반해 과제를 재설계하는 것 등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는 고령화시대에서 AI는 디지털 노동자를 넘어 디지털 경영인으로도 기업 활동에 참여한다. 그 결과 기업조직은 슬림해지고, 개인은 더 많은 의사결정과 책임을 가지게 된다.
학력이나 간판 대신 문제해결역량이 중요해지고 과제중심의 긱(Gig) 또는 혼합형 노동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평생직장 대신 평생학습과 평생적응이 관건이다.
요컨대 기업이든 나라경제든 얼마나 더 또는 덜 고용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역량으로, 어떤 AI와 결합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가 성장의 핵심이다.

* 출처: T. Weiss. (2025.12.20). How the World of Work Will Change Over the Next 20 Years. WSJ.

AI는 기업과 시장의 경계를 재정의한다


이들의 전망은 AI시대에 기업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코즈(Coase)의 전통적인 기업이론에 따르면 (조직화에 따르는) 기업 내부의 거래비용과 (탐색, 협상, 계약서 작성, 감시, 다툼해결 등에 소요되는) 시장의 거래비용 사이의 균형에서 시장과 기업의 경계가 결정된다.
AI가 탐색과 같은 시장의 거래비용을 줄일 때 아웃소싱을 촉진함으로써 시장의 영역은 확장된다. 한편 AI 품질이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크기에 의존할 때 반대로 기업의 영역이 확장된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쟁력은 고정된 상자가 아니라 업무를 붙이고 떼는 능력에서 나온다.

위계조직은 유연한 내부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당초 기업의 위계질서에 따른 명령, 지휘, 지시는 내부거래비용을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게 한다. 바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AI가 과제수행에서 성과측정, 자원배분에 이르는 다양한 기업 활동을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하면서 기존의 위계질서체계는 변화를 맞고 있다. 기업 내부가 시장친화적 모습으로 그 유연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후 한국 기업문화에 팀장이라는 직책이 도입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AI 시대에도 기업은 조정과 책임의 중심이다


그러나 AI 시대라고 해서 바뀔 수 없는 기업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 상 위험을 부담하고 그에 따른 잔여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손실을 보는 것이다. 유불리를 떠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때 궁극적으로 빈칸을 메워야 할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 AS, 배상 등 법적책임의 최종 주체로서 법인격을 가진 기업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장에서 누구를 믿을 것인지, 즉 신뢰, 브랜드, 평판은 앞으로도 핵심 키워드가 된다. 사회적 책임의 주체로서 기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다.
장기투자에 따르는 막대한 규모의 자본조달이 필요할 때 기업은 시장보다 유리하다. 블록체인과 스마트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와 사업의 실체 없이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시장에 기반한 자금조달은 확장성에서는 탁월했으나 투자의 지속성과 책임성에서 취약했다. 기업의 핵심기능인 조정과 통합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돈은 모았으나 주인이 없었다.
반면에 빅테크 기업의 내부 투자활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글이 내부 R&D로 검색, 광고, AI를 통합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부 투자로 AI인프라와 플랫폼을 수직통합하고, 아마존이 사내 벤처방식으로 핀테크, 결제, 클라우드를 결합한 것 등이다.
이 성과는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을 명령과 지시로 대처하고, 실패를 지식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욱이 연산에서 데이터, 보안, 규정준수 등 한꺼번에 많은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다원적 프로젝트는 예산, 투자의 우선순위, 책임이 한곳에 집중되는 기업만이 수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함의를 찾자면 중소기업이 노동, 기술, 자본을 키워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 내부화의 경로가 매우 좁은 기업생태계의 취약점이 보완될 가능성이다. AI시대에서 기업은 몸집을 키우지 않고도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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