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매도’라는 말이 곳곳에서 자주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공매도 전쟁’이 벌어졌다며 연일 ‘게임스톱’ 관련 이슈로 소란스러웠고, 국내에서는 ‘한국판 게임스톱’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3일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공매도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는 알아듣기 어려운 이슈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데요.
오늘 IBK에서는 공매도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논란이 많은 것인지에 대해 금융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없는 주식을 팔 수 있다? ‘공매도’란?
무언가를 ‘판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것을 대가를 받고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팔고 나면 해당 상품은 구매한 사람의 소유가 되죠.
그러나 공매도는 이 같은 매매의 기본을 따르지 않습니다. 공매도는 내 소유가 아닌 주식을 거래소에 팔았다가 되사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빌 공(空), 팔 매(賣), 건넬 도(渡)를 써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 되죠. 대체 어떻게 없는 것을 팔고, 또 되산다는 것일까요? 다른 곳에서 주식을 잠시간 빌리면 가능합니다.
쉬운 이해를 위하여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씨가 증권사에서 ㄱ회사의 주식 1주를 빌려왔다고 가정해봅시다. 해당 시점에 ㄱ회사 주식 1주의 주가는 1만원이었습니다. A씨는 ㄱ회사의 주식 가격이 머지않아 하락하리라고 예측하고, 증권사에서 빌린 ㄱ회사 주식을 1만원에 바로 팔아버렸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A씨의 예상대로 ㄱ회사의 주가가 5천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증권사에 ㄱ회사 주식 1주를 갚아야 하는 A씨는 이 시기에 5천원을 주고 ㄱ회사 주식 1주를 다시 사들입니다. 그리고 매입한 주식 1주를 증권사에 돌려줍니다. A씨가 증권사에서 빌린 ㄱ회사 주식을 거래소에 팔았을 때는 1만원의 수익을 얻었는데, 시간이 지나 다시 ㄱ회사 주식을 사는 데에는 5천원밖에 쓰지 않았으니 5천원의 이윤이 남은 것입니다.
A씨와 같은 방식으로 차익을 노리는 방법이 바로 공매도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이득이 생기지만, 공매도 시에는 내가 빌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큰 이익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공매도의 장점과 단점은?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분석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 시 이윤이 발생하는 공매도의 특징이 주식시장의 과열과 주가 거품을 막아주고 주식의 적정 가격 발견에 도움을 준다며 순기능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소위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아직까지는 대부분 공매도에 부정적입니다. 개인 투자자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기가 사실상 쉽지 않고, 주식을 빌린다고 해도 대여기간, 담보 기준 등에 대한 제약이 큽니다. 반면 자금력이 있는 기관 투자자 및 외국인들은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보다 순조롭게 주식을 빌릴 수 있습니다. 공매도 시장이 기업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쪽으로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이에 더해,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가 미발표 정보에 접근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점을 악용해 부당한 방식으로 수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국내 상황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시행 중
2월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주식시장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자료: 금융위원회 알림마당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급격하게 요동치자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예정대로면 작년 9월부터 공매도가 재개되어야 했지만, 여전한 주식시장 불확실성, 개인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 정치권의 비판 등을 이유로 공매도 금지가 2021년 3월까지 추가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바뀐 후에도 공매도 재개에 대한 반대 여론은 여전히 드셌고, 결국 2월 3일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다시 연장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다만 5월 3일부터는 코스피 200 및 코스닥 150 구성 종목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재개할 예정이며, 금융위는 이날까지 제도 개선 및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관련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보기▼
https://www.fsc.go.kr/no010101/75290?srchCtgry=&curPage=&srchKey=&srchText=&srchBeginDt=&srchEndDt=
미국 개미들의 반란, ‘게임스톱’ 사태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1월 한달간 유례없는 ‘공매도 전쟁’이 벌어져 크게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게임스톱 사태’인데요. ‘게임스톱’은 미국의 비디오게임 유통업체입니다. 게임 문화가 비디오에서 온라인으로 넘어 가면서 하락세에 들어섰으나, 최근 새로운 이사진이 합류하면서 재기를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1월 11일 19달러였던 게임스톱 주가가 상승기류를 타게 되었습니다.
반면 월 스트리트의 헤지펀드들은 게임스톱의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게임스톱 주식을 공매도합니다. 게임스톱 주가가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 차익을 얻고자 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개인 투자자들이 월 스트리트와 헤지펀드에 대한 대항의 의미로 힘을 모아 더욱 맹렬히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이면서, 게임스톱 주가는 한때 500달러까지 치솟게 됩니다.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죠.
현재는 게임스톱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으나, 개인 투자자들이 월 스트리트의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여 잠시나마 승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게임스톱 사태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듯 합니다.
공매도의 필요성에 대한 찬반 논쟁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개인 주식대여물량을 확보하고 거래소 시장 감시를 강화하는 등 공매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앞으로 국내 공매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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