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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AI 산업 구조전환의 함의

by IBK.Bank.Official 2025. 11. 27.


AI 산업 구조전환의 두 축 – 수평 분업과 수직 통합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AI 산업이 수평적 분업화와 수직적 통합화가 병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OpenAI의 ChatGPT 출시 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OpenAI와 지분 및 매출확보를 통한 독점적 협력으로 AI 산업의 선두에 섰으나, 구글의 수직통합 모델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수평분업화는 OpenAI가 모델을 개발하고 MS가 클라우드 플랫폼(Azure)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편 구글의 경우 AI 모델인 Gemini에서 클라우드, 맞춤형 칩(TPU), 검색엔진과 같은 자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한 시스템에 통합한다.

* 출처: The Economist. (2025.10.30일). Google vs. Microsoft: the battle of AI business models.

구글의 딜레마와 반등 – 느린 의사결정에서 통합 효율성으로

 
구글은 MS와 달리 창립 당시 독창적인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 독보적인 머신 러닝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구글 딥마인드 수장은 노벨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뼈아픈 것은 당초 ChatGPT가 구글 연구진에서 그 토대가 구축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술혁신이 일어나는 와중에 느린 의사결정과 관료주의로 고전, 뒤처진 기술기업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는 구글의 검색 광고수익은 1년 전 크롬 브라우저에 통합된 AI 개요기능이 사용자에게 더 많은 검색을 유도함으로써 검색을 활성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구글 클라우드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 비광고수익도 끌어올리고 있다.

엔비디아와의 차별화 – TPU의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학적 의미


여기에는 엔비디아 GPU 대비 TPU의 높은 에너지 효율성이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TPU의 전력 효율성은 프로세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연동되도록 맞춤 설계 및 제작된 데서 비롯한다.

이 변화를 경제학으로 설명하자면 구글의 수직적 통합화는 비록 고정비용은 높지만 생산에 따르는 가변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초기에 많은 투자비용이 투입되었으나 단위 생산비용(한계비용)이 줄어듦으로써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코스의 기업이론으로 본 MS–OpenAI 모델의 한계

 
1990년대 초 노벨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Ronald Coase)의 기업이론의 관점에서 시장이 아닌 조직 내부화로 효율을 극대화한 구글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코스는 기업이라는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시장 거래에 드는 비용보다 기업 내부에서 생산을 통제하는 비용이 더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서 생산활동을 영위함에 팀원과 팀장에 해당하는 인력을 매일매일 시장에서 확보하는 대신 구태여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든 것은 시장에서 인력을 구할 때 소요되는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MS와 OpenAI가 협력하는 수평적 분업시스템은 초기 비용은 낮지만 각 단계별로 거래비용이 존재해 결과적으로 총비용이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이 논리는 OpenAI가 맞춤형 프로세서 개발을 원하고 MS가 자체 AI 칩(Maia) 설계 스튜디오와 AI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를 설명한다. 구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마냥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AI 산업의 ‘기반산업화’와 규제라는 새로운 변수

 
기술혁신의 측면에서 볼 때 분업형 생태계는 혁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대신 조정비용이 높다. 반면 구글의 수직통합은 초기에 의사결정 지연의 약점이 있었으나 기술이 범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통합 효율성이 혁신 속도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가 안드로이드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높았던 구조와 유사하다.
현재 AI 산업은 수평적 분업 또는 수직적 통합여부와 관계없이 플랫폼에서 기반산업으로 전환하는 기술의 중층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AI 기업은 사용자 네트워크에 기반한 플랫폼 시장의 운영자에서 연산, 데이터 등 생산활동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인프라 기업으로 재편되는 전환기에 있다.

AI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머신 러닝(ML)을 장착하면서 단일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응용기술에서 모든 산업의 생산함수를 바꾸는 범용기술로 확장되었다. AI 거품론이 제기될 정도로 대기업들이 디지털 노동자 및 경영자 역할을 수행할 AI Agent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현상이 그 증거다.

 궁극적으로 AI 기업은 국가 수준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확대·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유하자면, 디지털 시대의 전력회사로 전환하는 셈이다.
다만 수직통합 모델은 경제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데이터 접근의 폐쇄성을 심화해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차등적으로 규제하는 EU의 인공지능법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데이터 집중 및 독점 규제는 향후 구글 모델의 확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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