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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AI 디지털 기술혁명과 인적자본

by IBK.Bank.Official 2025. 7. 24.

 

코딩 너머로 뻗는 기계의 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공학(CS: Computer Science)은 미국에서 높은 보수와 취업이 보장되는 전공이었다. 테크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CS분야 수요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 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대중화는 CS 일자리를 레드 오션으로 바꾸어 놓았다. 생성형 AI가 단순 코딩, 디버깅 등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프로그래밍 작업을 손쉽게 처리하면서 인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량 데이터의 학습을 기반으로 생성형 AI가 전문적인 보고서에서 비디오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활동도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계가 화이트컬러 일자리도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

2023년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일자리의 18%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최대 3억 개의 전업 일자리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테크산업의 구조조정은 미래 전망에 유용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해고인력추적사이트 Layoffs.fyi에 따르면, 전 세계 테크기업에서 2023년에는 15만 명, 2024년에는 6만 3천 명이 해고되었고, 이 상당수 해고는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인력 감축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어쩌면 청년에게 더 가혹한 미래


현재 인력구조조정은 빅 테크를 중심으로 시작해 반도체, 앱 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감원대상 업무도 개발 외 영업 및 마케팅, HR 등 AI가 대체하는 광범위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첫 직장을 찾는 청년세대가 일자리 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되고 있다. 신입직원 업무가 AI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한편 AI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얼마 전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회사 Salesforce와 SAP가 기존 제품에 더해진 AI로 인해 직무가 확장되면서 경쟁관계가 되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AI가 소프트웨어산업을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로 그 활동영역을 바꾸어 놓은 결과다.
이와 같은 사례는 AI가 단순히 생산성 개선을 넘어서 기업의 조직구조와 인력운영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재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종사하는 업무(Job)는 서로 관련 없는 과제(task)들을 무작위로 모아놓은 것이 아니며 같은 사람이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과제의 묶음이다. 교수라는 직업의 업무는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문서화하는 일련의 과제로 구성된다.

대체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최근 MIT의 노동경제학자 오토(Autor) 교수와 공저자는 한 업무의 과제가 자동화될 때 나머지 과제를 수행하는 노동가치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들은 이 변화가 나머지 과제가 요구하는 전문성에 달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속성상 회계업무와 재고관리업무는 유사한 과제를 수행했으나 컴퓨터화로 일상적이고 체계적인 과제가 자동화되면서 전혀 다른 직업이 되었다. 전자는 판단, 분석 등 문제해결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로 진화한 반면 후자는 단순노동으로 퇴화했다. 그 결과 과제의 전문성 요건을 낮추는(높이는) 자동화는 임금을 감소(증가)시키는 대신 그 진입장벽을 낮춘다(높인다).

* Autor D., & Thompson N. (2025). Expertise (NBER Working Paper No. 3394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기계는 일자리를 삼키고 산업을 바꾼다

 
기계가 숙련된 섬유 노동자들이 해오던 힘든 작업을 수행하고 대신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대체하자 일어난 19세기 초 러다이트 운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현재 인력감축은 혁신기업이 많고 고용이 유연한 미국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나 다른 나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형편상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단 신사업 등 제한된 분야에서 AI를 도입할 것으로 기대되나 생존을 위해선 결국 경영전반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AI의 물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는 이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기술의 진보를 두려워하기보다 이해하고 주도하려는 노력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개인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9세기 초 영국에서 발생한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여긴 직조공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이다.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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