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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전문가이드

외국인 투자자가 보기에 한국의 신용도는 어떤가? 무엇으로 판단하나?

by IBK.Bank.Official 2025. 6. 19.

 

 

우리가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누가 보험료를 많이 낼까?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보험료를 내고 보험을 든다. 왜 보험에 가입할까? 만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보험사한테 보상을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과거 사고경력이 많거나 없더라도 앞으로 사고 가능성이 높은 운전자, 예를 들어 20대 운전자에게는 보험료를 많이 받으려고 할 것이다.

교통안전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료를 연령별로 보면 20대에서 가장 비쌌다가 중년(30-50대)으로 갈수록 저렴해지며, 50대 이상에서는 보험료가 다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보험사들이 나이에 따른 운전 성향과 숙련도를 보험료 책정에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한다.


사고 경험이 많은 운전자처럼 국가의 경우에도 부도위험이 높으면 보험료를 많이 낸다. 예를 들어 어느 국가가 채권을 발행하여 돈을 조달할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5년 만기로 이자는 6개월마다 5%로 주기로 하고 1억 달러 채권을 발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국가가 채권발행에 성공하면 이 채권을 매입한 해외채권 투자자로부터 1억 달러를 받는다. 그리고 5년에 걸쳐 이자 5%를 6개월마다 지급하면서 만기에 가서는 원금 1억 달러를 상환할 것이다. 국가가 신용도가 높으면 한 번도 연체하지 않고 이자를 줄 것이고 만기에 가서는 원금도 제때 상환할 것이다.

 

신용도가 낮은 국가는 원리금 지급을 못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국가가 발행한 채권은 투자자들 사이에 매매되면서 많은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데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국가가 혹시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할 수도 있다.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이면 그런 걱정이 적겠지만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emerging country)의 경우에는 내가 원금과 이자를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신흥국이 발행한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자동차보험처럼 보험료를 내고 만일 사고가 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나 찾아보게 된다.

 

신용파산스왑(credit default swap; CDS) 개발


이와 같이 걱정이 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상품이 신용파산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라는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어느 국가의 채권을 매입한다는 것은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할 부담을 떠안게 되는데 우리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듯이 보험료를 주고 이런 위험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만일 사고가 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위험부담을 떠넘기는 사람을 CDS 시장에서 보장매입자(protection buyer)라고 한다.

한편, 보장매입자의 반대편에서 거래당사자가 되는 사람을 보장매도자 (protection seller)라고 하는데 이 사람은 보험사처럼 사고가 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보장매입자로부터 보험료를 받는다. 만일 사고가 없으면 그야말로 보험료를 고스란히 받게 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CDS 거래에서는 보험료라고 부르지 않고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독자들은 혹시 부도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 보장매입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장매입자는 보장매도자와 다르게 부도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CDS 거래는 성사되게 된다.

 

부도 위험에 따라 CDS 프리미엄이 달라지는 이유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채권을 매입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은 휴전상태이니 위험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휴전상태이지만 안전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채권을 사면서 걱정을 많이 해서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고 이 거래의 상대방은 ‘괜찮아’ 하면서 프리미엄을 받고 ‘사고 나면 내가 책임지지’ 하면서 프리미엄을 받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얼마가 되는 것이 적정한지 외국인투자자(보장매수자)와 보장매도자 간 계약과정에서 서로 협상을 하게 된다. 둘 다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이 높을 것으로 인식을 같이 하면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고 부도 위험이 낮을 것이라고 의견의 일치를 보면 당연히 프리미엄은 낮아질 것이다.

 

과거 그리스의 국가 CDS 프리미엄은 2,654bp


과거 CDS 프리미엄이 높은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의 신용파산스왑(CDS) 프리미엄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11년 11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리스의 5년물 국채 CDS 프리미엄은 2,654.2bp를 기록했는데 이는 투자자가 1,000만 달러짜리 5년물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면서 부도날 가능성에 대비하여 지급하는 프리미엄이 연간 265만 4,200달러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투자자가 그리스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꺼리게 되어 국제금융시장에서 그리스는 사실상 부도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하겠다.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국가 CDS 프리미엄은 699bp


그러면 우리나라의 경우 CDS 프리미엄이 높았던 적은 언제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 CDS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 때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서브프라임모지기 부실로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우리나라 금융 및 외화 자금사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해지면서 2008년 10월 27일 699bp까지 급등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때이다.

 

최근 한국의 국가 CDS 프리미엄은?


그러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국가 부도위험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 수준을 보면 된다.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바로바로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년 5월 16일 발표한 “2025년 4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2025년 4월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전월 대비 4bp 상승한 37bp를 기록하였는데 이는 2022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의 평균 수준인 37bp와 동일한 수준이다.

한편, 2024년 12월에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외평채 CDS 프리미엄이 전월 대비 2bp 상승한 36bp를 기록하였는데 이 또한 과거 주요 리스크 확대기인 미국 연준의 긴축기(2022.10~11월) 당시의 59bp, 그리고 2023년 3월 SVB사태*의 43bp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최근 우리나라의 국가 CDS 프리미엄을 보면 부도위험은 그리 높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 실리콘 밸리 뱅크(SVB)는 2023년 3월 10일 뱅크런 사태로 인하여 2일만에 파산하였다. 미국 은행 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 은행이 무너진 것이고, 미국 역사상으로는 두 번째 규모다.

 


※ 본 콘텐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글로 금융·경제에 대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IBK기업은행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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