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3일, 5만원권 지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만원권이 최고액 지폐였는데, 5만원권이 생기면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는데요.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금은 경제의 중심이 되는 ‘대세 화폐’가 되었죠. 그런데 왜 10만원권은 아직 없는 걸까요? 10만원권이 나온다면 지폐 인물은 누가 될까요? 집콕의 따분함을 잠시 날려줄 재미로 하는 상상놀이! 10만원권에 새겨질 예상 인물들을 IBK기업은행과 함께 점쳐봅니다😊
10만원권 발행 소식, 기억하시나요?
사실, 5만원권이 발행된 10년 전, 함께 발행되기도 했다 무산된 지폐가 있었습니다. 바로 10만원권이었는데요. 2007년 5만원권엔 신사임당이, 10만원권엔 백범 김구 선생이 도안 초상 인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유로 결국 10만원권은 발행 계획을 전면 중지하고, 5만원권만 빛을 보내 됐죠. 김구 선생의 초상이 그려진 멋진 지폐를 만나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좀 섭섭하신가요? 그렇다면, 왜 10만원권은 빛을 보지 못했던 걸까요?
당초 한국은행은 독립애국지사 김구를 화폐 인물로 선정해 애국심을 높이고, 통일의 길을 모색한 지도자로서 바람직한 인물상을 제시하고자 했는데요. 일부 보수 단체가 김구 선생 초상을 최고액권에 쓰는 걸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나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최고액권에 나오는 인물이라 좌우 양쪽 진영 모두에서 합의할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해야 하기에, 민감하게 작용했던 것이죠.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대안으로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이념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뒷면의 독도 그림도 문제였는데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넣기로 했는데 이 지도 원본에 독도가 그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본에도 없는 독도를 넣는 것은 진위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10만원권이 나오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뇌물로 인한 부정부패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의견이 커지면서 결국 10만원권은 발행 계획이 취소된 것입니다.
역사 속 지폐에 등장한 인물들!
화폐의 도안에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전 세계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장 압축적이고 쉽게 대내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인물의 위엄과 훌륭한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며, 동물이나 건축물 등 다른 도안소재에 비해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친근감을 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폐 도안에 새겨질 인물을 선정하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인데요. 업적과 품성이 위대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인물이어야 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고, 현실적으로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이 가능하고, 시각·예술적인 면에서도 화폐 도안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죠. 정치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화폐를 직접 사용하는 국민들로부터 거부감도 없어야 합니다. 참 어렵죠?
- 세종대왕
이렇게 어려운 코스를 밟고 선정된 지폐 속 위인들이 새삼 더욱 위대해 보이는데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지폐에 채택된 인물 초상에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조선조의 대학자인 율곡, 퇴계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세종대왕은 제2공화국 탄생과 더불어 1960년 8월 15일에 발행된 개천환권에 등장한 이후 개오백환권(´61.4.19), 다백원권(´65.8.14), 가만원권(´73.6.12), 나만원권(´79.6.15), 다만원권(´83.10.8), 라만원권(´94.1.20)에 이르기까지 60여년에 걸쳐 여러 권종에 두루 사용된 우리나라 지폐의 단골 모델이죠.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만원권의 세종대왕 모습이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예전에는 전해 내려오는 세종대왕 초상화가 없어 덕수궁의 조각상을 근거로 그려진 것을 사용하다 보니 제작주체에 따라 제 각각 이어서 그야말로 그리는 사람 마음 대로였습니다. 그런데 1979년부터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표준영정으로 통일을 하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 두루 쓰이게 된 것입니다.
-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
1972년 처음 발행된 5천원권 지폐의 율곡 이이 선생 모습도 처음과 많이 달라졌는데요. 우리나라의 화폐 기술이 뒤떨어져 영국에 부탁하는 바람에 영국 기술자가 서양인을 닮은 율곡 선생을 그려 콧날이 오똑 하고 눈매가 날카로왔죠. 그 후 5년만에 우리의 기술로 화폐를 만들면서 지금의 모습을 찾게 된 것이랍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화폐기술이 발달해 다른 나라의 돈을 대신 찍어주고 수출도 한다니, 놀랍죠?
성리학자이면서 조선중기사회에 백성들을 위한 사회정책을 마련하고 어지러운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힘쓴 정치가인 율곡 이이와 더불어 우리 화폐에는 모자를 쓰고 있는 이씨(氏) 성을 가진 조선시대 남성의 초상이 한 명 더 새겨져 있는데요. 1천원권의 퇴계 이황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조선시대 유학자인 그는 주자학을 집대성하여 큰 명성을 떨치고 학문과 교육에 몰두한 대학자였죠.
- 신사임당
우리나라 화폐에 남성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닌데요. 지난 2009년 발행된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새겨져 있죠. 당시 한국은행은 우리 사회의 양성 평등의식 향상과 여성의 사회참여에 기여하고, 교육과 가정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신사임당을 선정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사임당 역시 순탄하게 5만원권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닌데요. 10만원권이 최고액권으로 계획된 상태에서 5만원권에는 여성 위인을 넣기로 결정하고 공모를 한 결과 신사임당이 선정됐는데, ‘신사임당이 가부장제에 순응한 인물이었다’, ‘한 나라의 경제를 대표하는 최고액권에 여성이 등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등 반대 의견이 일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만약 10만원권이 나온다면 어떤 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 되시나요? 한 번 선정이 된 바 있는 백범 김구 선생이 가장 유력하겠지만, 혹시 다른 후보는 누가 있을지 기분 좋게 한 번 상상해볼까요?
- 유관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된 3·1만세운동을 이끈 위대한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 어린 나이에 고고한 긍지를 보여주어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는 위인인데요. 언젠간 지폐 속에서 만나 볼 날을 기대해도 되겠죠?
- 정약용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다산 정약용 선생! 시대의 문제점을 꿰뚫고 혁신을 주장해 정치적 탄압을 받았지만, 결국 노력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현인으로서 지폐의 초상 인물로 선정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 장영실
최근 영화 ‘천문’을 통해 재조명된 조선 세종 때 과학기술자 장영실! 과학기술강국으로 우리나라가 거듭날 수 있게 한 시초를 닦아준 위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금속 제련, 성곽 축조, 농기구, 무기수리 등에 탁월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천민 출신이지만 세종대왕의 총애를 받으며 위대한 발명품들을 남겼죠. 이공계 계열의 과학자가 아직 우리 지폐에 등장하지 않은 만큼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지루하지만 안전을 위해 참아내야 하는 집콕 생활! 10만원권이 나온다면 어떤 인물이 모델이 될까를 상상해보면서 잠시나마 즐거움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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