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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톡

<킹덤 오브 헤븐> : 십자군 전쟁과 템플기사단 그리고 은행의 시작

by IBK.Bank.Official 2014. 11. 6.


영화 속 금융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 영화 <카운터페이터> : 위조지폐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두 번째 이야기 : 영화 <로그 트레이더> : 선물거래와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

세 번째 이야기 :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십자군 전쟁과 템플기사단 그리고 은행의 시작-1

네 번째 이야기 :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십자군 전쟁과 템플기사단 그리고 은행의 시작-2



지난 시간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킹덤 오브 헤븐’ 1편을 통해 십자군전쟁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전쟁의 피폐함과 무의미함을 주인공들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내었는데요, 오늘은 2편을 통해 십자군 전쟁에 담긴 금융의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은행의 탄생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사실 십자군 전쟁은 이걸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숱한 학살과 실수, 그리고 영웅적인 무용담과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며 중세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십자군 전쟁은 세계사에 있어 정말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았던 사건인데, 이는 정치 또는 국가의 개념을 떠나 경제,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그 중 하나가 ‘신용’을 거래하는 금융기관이 생긴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이슬람교도를 학살하며 악역을 도맡아했던 템플기사단이 이 금융기관을 운영하던 주체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십자군 전쟁은 몇 년에 걸친 대규모 해외원정이었기에, 많은 귀족들과 기사 그리고 일반 병사들까지 몇 년이고 집을 떠나있어야 했습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군자금이나 개인적인 여비들을 보통은 금이나 보석 같은 현물로 대체하였으나, 먼 길을 이동하는데 있어 무겁기도 무거울 뿐더러 언제나 전쟁 중이고 이슬람교도들이나 강도들이 널려있는 험난한 길이었기에 이를 현재의 수표 같은 증서로 대체하는 방식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시스템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규칙과 이 규칙을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현재의 국가가 행사하는 사법체계가 그 힘이라 할 수 있다면 옛날 지금과 같은 사법체계가 갖추어지기 전의 ‘힘’은 대부분 ‘무력’이었습니다. ‘무력’을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고, 시스템을 벗어나는 자는 무력으로 응징하는, 그리고 그 무력을 무서워하며 시스템의 룰을 지키려고 하는 것으로 시스템의 유지력을 만들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그 ‘무력’을 가지고 있고 ‘신의 대리인’으로서의 공정한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던 템플기사단이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각 도시에 지부를 두고, 증서 또는 사전 약속에 의해 정해놓은 화폐 등을 활용해 순례자들의 예금을 맡는 저축 기능 외에 다른 지역으로 송금을 하는 등의 일반적인 은행의 기능과 그들이 맡겨놓은 예금을 활용한 대출기능까지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어기는 자들은 신의 이름을 통한 무력으로 응징을 했습니다. 


이러한 다국적 은행을 겸한 금융업을 통해 템플 기사단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 부를 바탕으로 한 유럽 및 중동 등지에 9,000 여 곳에 이르는 영지를 사들이거나 연간 수입이 600만 파운드를 넘었다고 합니다. 당시 영국 왕실 수입이 3만 파운드에 불과했다고 하니, 이들의 영향력은 왕실에 자금을 빌려줄 정도로 성장했으며, 키프로스 섬을 소유하기도 했습니다. 파리에 있는 지부는 프랑스의 비공식 재무성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으니 당시의 권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템플 기사단의 번영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살라딘의 여동생을 살해한 죄를 물어 살라딘으로부터 처절한 복수를 당하지만, 실제로 템플기사단의 끝을 보게 만든 건 같은 아군이었습니다.


13세기말 프랑스의 왕 필리프 4세가 아비뇽유수 되었던 교황 클레멘스 5세를 이용해 템플기사단이 실은 ‘악마를 숭배하고 있었다.‘라는 악마숭배와 이단의 혐의를 씌워 자고 있는 템플기사단을 급습, 기사단장인 자크 드 몰레 이하 템플기사단 전원을 화형에 처해버립니다.


필리프 4세가 왜 유럽에서 가장 강대한 조직을 하루아침에 멸했는지에 대해 많은 설이 있으나 가장 유력한 설은 템플기사단에 가장 많은 채무를 지고 있던 필리프4세가 빚을 갚지 못하자, 이를 없애기 위해 그랬다는 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부는 일부만이 회수되고 나머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렇게 사라진 템플 기사단은 수많은 이야기의 모티프를 제공하며, <다빈치 코드>같은 음모론의 주인공에서부터 <파이브 스타 스토리>같은 SF나 만화 등에서는 비밀을 가진 강력한 무력집단으로서 활약하고 있지만, 실제 역사상 그들이 이룬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근세적인 개념의 은행을 처음 만들었던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은행의 역할을 하는 환전상이나 상인조합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지부를 통해 단일한 금융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것은 사실 템플 기사단이 본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의 이름보다는 무력위에 세워진 이 역사상 최초의 은행들은 짧은 시간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졌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근대로 넘어와 자본주의와 결합하며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신의 이름으로 공정한 돈의 관리를 맹세한 이들의 전통은 스위스 은행으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들의 말로에 관계없이 금융의 역사에 그들이 남긴 족적은 그야말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마지막 장면, 극적인 타협을 끌어내고 돌아서는 발리앙이 문득 살라딘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예루살렘은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아니지......그리고 모든 것이라네”


믿음과 신뢰로 무의미한 살육을 막아내고 수만의 생명을 구한 이 발리앙과 살라딘의 모습과 믿음과 신뢰가 아닌 무력으로 건설된 템플기사단이 만든 금융의 짧은 몰락을 겹쳐보며 지금도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고 무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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