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보는 애널리스트 - 1부
안녕하세요.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이효석 과장입니다.
금융시장에 대한 두 번째 연재물의 주제는 '애널리스트(Analyst)' 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떤 직업보다 전문적이고 멋진 직업이지만, 여러분들은 아마도 애널리스트에 대한 공통적인 질문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틀린 말을 할까?’, ‘왜 주식을 팔라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을까?’ 등입니다.
저는 짧은 시간동안 기업은행 자금운용부에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경험해 보았는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부터 애널리스트에 대한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내용은 ①피장파장, ②잘한 것만 내 탓, ③을의 비애 입니다.
0. 들어가기 - 애널리스트, 그들의 태생적 한계가 가져온 슬픔.
들어가기에 앞서 애널리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는 일반인과 똑같은 인간이자 철저한 을이며, 운용은 하지 않고 훈수만 두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미래에 대한 무지로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이야기하지도 못하면서도 때론 자신의 예측은 늘 맞았다는 과도한 자신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한 훌륭한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와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전문가로 대접을 받고,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고액 연봉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소수의 훌륭한 애널리스트가 아닌 다수의 일반적인 애널리스트들이 가지는 고민과 한계에 대한 것임을 밝혀두겠습니다.
1-1) 피장파장 - 어차피 모르는 건 똑같다 & 맨 땅에 헤딩은 싫어!
“Those who have knowledge don't predict. Those who predict don't have knowledge"
이 글은 기원전 6세기에 예측의 어려움에 대해 노자(老子)가 했던 말로 똑똑한 사람은 틀릴 것을 알기 때문에 예측을 하지 않는데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예측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는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을 해야만 하죠.
그럼 그들의 예측의 정확도는 어땠을까요? 위 그림은 과거 30년 동안 애널리스트의 예측의 부정확 정도를 보여줍니다. 예측이 아니라 직전의 데이터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네요.
정확하지 못한 예측은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고 해도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실제를 후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설명을 위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되는 상황을 의미하는 ‘맨 땅에 헤딩’ 을 생각해보죠. 만약 여러분이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비슷했던 과거 사례를 찾아보는 것일 것입니다. 과거 사례를 중심으로 조금씩 바꾸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美GDP를 예측해야 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전분기의 GDP성장률을 찾아 기준으로 잡고 약간의 조정을 하는 식으로 예측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라고 하는데요. 마치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이리저리 움직여도 그 부근을 맴돌게 되는 것처럼 애널리스트의 예측치도 전분기의 GDP 성장률 주위를 맴돌게 되는 것을 빗댄 용어입니다. 애널리스트의 예측이 실제를 후행하는 이유는 바로 닻 내림 효과 때문입니다.
닻 내림 효과는 작년 일본 대지진과 같은 큰 위기 상황에서 더 크게 작용합니다. 일단 위기가 오면, 애널리스트들은 목표가와 이익 추정치를 낮추는데 한 번에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조정을 합니다(닻 주변 맴돌기). 계속 추정치를 낮추다가 상황이 완전히 진정되면 그때부터 추정치를 올립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주가는 많이 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서 일부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가 팔라고 할 때 사고, 사라고 할 때 파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1-2)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 놔야 언제든 할 말이 있다.
위 그림은 OO회사의 주가 흐름으로 이 주식에 대해 매수 추전을 한 애널리스트의 반응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표현한 것입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동안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하락해서 싸졌으니 저가 매수기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손실이 많이 나도 상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특히 기관투자자라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하락하는데 추가 매수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락폭이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 팔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에서 표시한 것처럼 늘어나는 손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게 되면, 그때부터 주식이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 애널리스트가 “제 말이 맞았죠?” 라고 이야기한다면, 그 애널리스트의 매수추천이 올바른 것일까요?
이처럼 애널리스트는 어떤 비판에도 할 말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서 ‘빠져나갈 구멍’ 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정말 틀린 상황이 오면 자신의 예측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유럽 위기 때문에 틀렸다고도 하고(if only defense), 거의 일어난 것 아니냐며(Almost right) 잘못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 2부에서 더욱 알차게 다뤄보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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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과장 자금운용부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애널리스트 이효석과장입니다. 차 한 잔과 함께 가볍게 읽으면서 시장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적고 있습니다. 앞으로 쉽지만 가볍지 않고, 재미 있으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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