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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톡

화폐의 기원과 돈의 속성

by IBK.Bank.Official 2011. 2. 20.


지난 포스팅이였던, 돈과 금융, 그리고 경제의 상관관계에 이은 경제와 관련된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비록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이 될수도 있겠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돈의 기원과 경제 태동

돈은 언제부터 인간 사회에서 사용되기 시작 했을까요?

사람들은 원시 사회부터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해왔으나 생산력이 점차 향상되면서 사용하고 남는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물물교환이 빈번해지자 서로가 원하는 물건의 종류, 품질, 양 혹은 운반상의 불편함을 느끼고 교환에 필요한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원시화폐가 생겨나게 된 것이죠.

고대 수메르인들이 화폐로 사용했던 조개

일반적인 얘기 처럼 화폐는 물물교환의 비효율성을 없애 주는 교환 수단이자, 가치 평가와 계산을 수월하게 해주는 계산 단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가치 저장 수단으로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지리적 공간에서 경제적 거래를 가능하게 했죠.

이 모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화폐는 접근이 용이하고 그 양이 충분하며 내구성이 길어야 했다.또한 대체성이 있고 쉽게 소지 가능하며 신뢰할 만한 대상이어야 했죠. 금이나 은, 청동 같은 금속은 이 기준을 대부분 만족시켰으므르로, 수 천년 동안 이상적인 화폐 원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금속 화폐

아테네의 4드라크마 은화

역사상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6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고학자들은 이 주화를 에페수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오늘날 터키의 이즈미르 근처)에서 발견하였죠.

바로 리디아 왕국의 주화로 금과 은의 합금인 일레트럼(electrum)으로 만들어졌으며, 사자 머리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한쪽에는 아테네 여신의 머리를, 다른 쪽에는 지혜의 상징인 올빼미가 올리브 가지에 앉은 모습을 새겨 넣은 아테네의 4드라크마 은화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주화가 고대 지중해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곳이 최초 발생 지역임은 분명하다고 하네요.

동양에서는 기원전 221년 무렵, 중국 진나라의 '초대 황제'인 진시황이 통일된 청동 주화를 도입하였습니다. 진시황은 통일제국에 알맞도록 마차의 폭과 도(길이), 량(부피), 형(무게)을 통일시켰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물표

사실 그렇게 오랫동안 화폐를 금속과 동일시했던 것은 역사적 우연일 뿐 특정한 이유는 없습니다. 5000년 전에 태동한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물표(거래하던 물건을 점토판에 표시한 증거 기록)를 이용해 보리나 양모 등의 농산물과 은 같은 금속의 거래 기록을 남겼죠.

은가락지, 은 덩어리, 은판도 분명 곡물처럼 현금으로 기능했지만 점토판처럼 폭넓게 사용되지는 못했으며, 또한 상당수의 보전된 점토판을 보면 인류는 역사나 시, 철학이 아닌 경제적인 욕구(상업)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의 행적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점토판은 흙으로 만들었는데도 고대 여러 국가들의 조폐국에서 만든 은화보다도 오랫동안 세월의 무게를 이겨 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보존 상태가 양호한 점토판 중에 시파르 마을(오늘의 이라크 텔 아부 하바)에서 나온 것이 있는데, 이는 암미디타나(Ammi-ditana, 기원전 1683년~1647년 바빌론의 왕) 통치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점토판을 보면 이를 소지한 자는 추수 때 일정량의 보리를 받는다고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후임 왕인 암미사두콰(Ammi-saduqa) 시대 때 기록한 점토판에도 만기가 되면 그 소지자에게 일정량의 은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하네요.

영국의 1파운드 지폐

이러한 기본 개념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현대의 은행권과 유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잉글랜드 의 화폐에는
'이 은행권 소지자가 요구할 경우 얼마를 지급하겠음.' 이라는 마법 같은 문구가 적혀 있거든요. (현재 우리나라의 지폐의 경우에는 모든 지폐에 '한국은행 총재'의 직인 찍혀있어 돈의 지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은행권(7세기 중국에서 유래)은 내재적 가치가 거의 없는 종이 조각입니다. 4000년 전 고대 바빌론의 점토판 처럼 지급을 약속한 것에 불과하죠. (따라서 서구에서 사용한 본래 명칭도 '약속 어음'이었습니다.)

화폐는 구체적으로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중요한 관계를 드러내는데요.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을 다시 살펴보면, 각 점토판마다 빌린 물품을 갚으라는 거래 기록이 나옵니다. 당연히 빌려 준 쪽에서 돌려받을 양과 지급 기일을 작성한 다음 봉인한 상태로 간직했겠죠.



고대 바빌론의 대부 체계는 꽤 세련된 형태였다고 합니다. 빚은 양도가 가능해서, 이름이 적힌 채권자가 아닌 '소지자에게 지급'하였고, 점토판 영수증이나 환어음은 왕궁이나 사원에서 곡물과 여타 상품을 보관하는 사람 앞으로 발행됐다고 하는데요.

매우 엄격했다는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함무라비 대왕의 부조

차입자는 이자를 지급해야 했는데(이 개념은
가축 무리가 자연 증가 한다는 사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그 비율은 보통 20% 정도였습니다. 함무라비 시대(기원전 1792년~1750년)의 계산법에 따르면 장기 대부에는 복리 이자가 부과된 것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모든 거래의 밑바탕에는 차입자가 되갚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습니다.(영어에서 '신뢰(credit)'의 어원이 '믿음을 보이다'를 뜻하는 라틴어 credo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신용 거래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고안해 냈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얘기죠. 바빌로니아의 대부는 왕실이나 사원의 저장고에서 받은 단순 대출이 대부분 이었지만, 아직 현대적 의미의 신용이 싹트지는 못했으나 이는 중요한 출발점인 것입니다.

빌리고 빌려주는 토대가 없었다면, 세계 경제는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나날이 커진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망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경제는 도중에 멈춰 섰겠죠.

유명한 뮤지컬인 '카바레(Cabaret)'에 돈 때문에 세상이 돈다는 유명한 가사가 나오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입니다. 세상이 굴러가는 것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사람과 상품과 서비스 덕분이죠. 주목할 점은 신용이라는 개념이 정착해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 주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돈의 속성

사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돈이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입니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추위를 극복하고 멋을 내기 위해 옷을 입어야 하며, 잠을 잘 수 있는 집도 필요하죠. 문제는 대부분의 재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희소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질 수록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은 점차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인류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금속인 '금'


희소가치가 증가할수록 돈의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기도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금값이 다른 재화보다 매우 높은 이유도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지만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돈을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으면 화폐가치를 보전할 수 없게 됩니다. 원자재가 부족한 국가들이 원자재 사재기를 하는 배경도 화폐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보통 사람들이 주택가격 상승 국면에서 은행 차입을 통해 공격적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것도 화폐가치 보전심리 때문인 것입니다.

화폐가치 보전심리 때문에 가격이 하락하는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주택은 가격이 상승할수록 건설업체가 공급량을 늘리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심할 땐 거래가 실종되면서 가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하는 것이죠.

은행예금 금리보다 주택이나 생활필수품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재테크시장 참여자들은 화폐가치를 보전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따라 여유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거나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방법으로 화폐가치 보전 내지는 재산증식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의 가격이 예상과 달리 하락할 경우, 오히려 화폐가치 보전을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부동산은 국내의 주요 재테크 수단이였죠.

투기성 재화시장에서 거품 발생과 거품붕괴가 반복되는 이유도 재테크 시장 참여자들의 이러한 화폐가치 보전심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화폐 가치 보전을 위해서 부동산이나 주식가격이 상승하면 추격매수하고,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 추격 매도하기 때문에 거품 생성과 거품 붕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죠.

※ 투기성 재화시장 :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기대수익률도 높지만, 예상 손실도 큰 주식, 부동산, 원자재 시장등을 의미


인간의 화폐가치 보전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집단도 있습니다. 증권시장, 부동산 시장, 원자재 시장, 외환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대표적이죠. 이들은 호재는 침소봉대하고 악재는 숨기는 방법으로 주가지수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도합니다. 특히, 외환시장 이해관계자들은 악재를 확산하는 방법으로 환율상승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죠. 그리고, 원자재 시장 이해관계자들은 생활필수품 성격이 강한 재화의 원자재를 사재기 하는 방법으로 거품 발생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제주체들이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 태도 및 행동상의 위험 또는 위협적인 요인과 현상들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모럴 해저드)라고 하는데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결국 이같은 현상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 투기성 자본은 언제나 자신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전세계의 경제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어쨌거나, 아무리 희소가치가 큰 재화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끝없이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해당 재화를 소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국제 투기성 자본은 화폐가치 보전을 위해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를 가격이 낮을 때 매수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유도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이를 공격적으로 매도해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투기성 재화시장에는 승자가 있다면 반드시 패자가 있기 마련이죠. 더구나 은행 차입을 통해 투기성 재화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부동산과 주가지수가 취득 가격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은행 부채만 남고 본인의 재산을 모두 잃어 중산층에서 저속득층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가 15년 이상 회복되지 못한 것과 2008년 이후 미국경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된 것도 금융회사와 중산층 다수가 화폐전쟁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결정 할수록 좋은 재테크

인간은 화폐가치 보전심리 때문에 물가가 은행예금 금리 이상으로 상승할 것 같으면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생활 필수품을 구입하거나, 주식, 부동산, 원자재에 투자해서 화폐가치를 보전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죠. 더구나 화폐가치 보전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오히려 화계가치를 보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즉, 누군가가 화폐가치를 보전하면 거래의 상대방인 다른 사람은 화폐가치를 보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폐전쟁은 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재테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하더라도 모자라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대한 쉽게 쓰려고 했는데, 이해가 잘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에는 은행의 기원과 현대 은행이 탄생하기 까지의 내용을 담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 참고 서적 : 금융의 지배, 화폐전쟁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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