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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톡

바짝 마른 경제 가뭄, '애그플레이션' 부를까?

by IBK.Bank.Official 2013. 1. 15.

바짝 마른 경제 가뭄, '애그플레이션' 부를까?



수년 전 어느 저명 방송인의 말실수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물가 불안을 주제로 토론하던 생방송 현장에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애그는 계란(Egg)을 말하는 거지요”라고 한 것입니다. 지성인으로 손꼽히던 그의 말실수는 한동안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대체 애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애그플레이션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출처 : http://goo.gl/EOJ6w>



식탁 앞에 도사리고 있는 애그플레이션 공포

2007년 미국의 금융 투자 은행 메릴 린치가 한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제목은 ‘세계 농업과 애그플레이션(Global Agriculture & Agflation)’이었습니다. 신조어 애그플레이션이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애그플레이션은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2008년과 2010년에 나타난 식량 가격 급등 현상이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7월 식량 가격지수는 6%나 급격히 올랐습니다. 7월 20일에는 옥수수와 소맥, 대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 곡물 지수 S&P GSCI도 533으로 사상 최고치인 565에 근접했습니다. 2009년 353.4였던 이 수치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위기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애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식탁 앞으로 성큼 다가선 것입니다. 



애그플레이션, 왜 발생하는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등하고 있는 곡물 가격, 그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요? 단기적 요인으로는 주요 곡물 생산 국가의 작황 악화를 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인 미국에 55년 만이라는 최악의 가뭄이 습격한 데 이어 러시아와 브라질 등도 기상 이변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뒤입니다. 


투기 자금이 주요 곡물 선물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식량 수급의 불균형, 식량 수출 규제 등이 뒤따르게 된 것입니다. 장기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신흥국이 산업화되면서 경작지가 크게 줄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제자리걸음 수준입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소득 수준이 늘어난 점, 선진국의 바이오 연료 생산과 소비가 증가한 것도 식량 수급 여건을 악화시킨 이유입니다.


<출처 : http://goo.gl/CtxwU>



식량 위기의 경고, 우리가 가야 할 길


21세기에 나타나고 있는 식량 부족 문제. 식량위기(Food Crisis)는 석유 위기(Oil Crisis), 금융 위기(Financial Crisis)와 함께 세계 3대 위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요?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2.6%로 최저 수준이라 할만합니다. 31개 OECD 국가 가운데 28위 정도. 옥수수 자급률은 0.8%, 밀은 1.1%, 콩은 6.4%로 거의 밑바닥이라고 보아도 틀림없습니다. 


국제 곡물가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


국제 곡물가는 우리나라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국제 곡물가의 급격한 상승세로 인해 우리나라 물가상승은 불가피 합니다. 그러나 부문별 영향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 밀 가격 상승은 제분 부문 물가를 29.75% 상승

● 옥수수 가격 상승은 전분 및 당류와 배합사료 부문 불가를 각각 10.43%, 9.16% 상승

● 대두 가격 상승은 유지 및 식용류 부문 물가를 4.7% 상승


우리가 하루에 먹는 세 끼 가운데 두 끼는 외국에서 들여온 식량으로 때우는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승할 것이 분명한 국내 곡물 가격입니다. 대개 국제 곡물 가격은 약 4~7개월 후 국내 곡물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조만간 대거 인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옥수수 가격 상승은 사료비 증가를 가져와 축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밀과 대두 가격은 가공품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앞으로 식량 부족 현상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식량 수급 문제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오랜 기간 외면당했던 우리나라 농수산업, 이제 다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외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종하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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