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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 민주주의 혁명(시민혁명)을 불러온 SNS

by IBK.Bank.Official 2011. 2. 14.



지난 1월25일에 촉발되어 무려 18일간이나 지속되던 이집트의 민주주의 혁명(시민혁명)이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 TV를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임이 발표되면서 결국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자진 하야로 그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민주주의 혁명의 성공 후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이집트 시민 (출처 : AP통신)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이번 시민혁명은 지금까지 있었던 시민혁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줬는데요. 그것은 바로 강력한 야당 지도자나 두드러지는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국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에 6.29 민주화 선언을 이끌어 냈던 것은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됐지만, 그 당시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는 영향력 있는 야당 지도자들이 존재했었고 비록 항쟁 자체는 크게 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의 시민혁명에 대해 보다보면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데 가장 큰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대통령의 하야 발표이후 타흐리르 광장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는 이집트 시민들 (출처 : 뉴욕타임즈)

사실 이번 이집트 혁명의 시작은 특정한 사건이 발단이 됐던 것이 아닌, 페이스북을 통해 이집트의 한 청년단체가 집회를 제안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이 제안에 많은 이집트의 시민들이 적극적인 호응으로 이어지면서 약 8만 5천명의 시민들이 동조를 했고, 시위 전개 과정에서 집회 장소와 시간을 포함한 많은 집회 관련 정보들이 올라오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SNS를 찾게 된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Wael Ghonim이 이집트 민주화의 영웅으로 떠올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의 페이스북 페이지

또한, 이번 혁명 과정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와엘 고님(Wael Ghonim)은 작년 6월 경찰의 마약 거래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경찰에게 폭행당해 숨진 29살의 청년 사업가 칼레드 사이드의 이름을 따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란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개설했고, 신분을 숨기고 운영한 이 페이지는 약 47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반정부 운동의 거점 노릇을 했습니다. 

게다가 카이로 타흐리르(해방)광장에서의 시위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올라리기도 하였으며, 이집트 경찰에 11일간 납치됐다 풀려난 뒤 그가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시위 도중 숨진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와엘 고님의 영상이 나간 직후 타흐리르 광장의 시위 인파는 시위 시작 후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죠. 

※ 위의 이미지는 '우리는 모두 칼레드 사이드' 팬 페이지가 아니며, 와엘 고님이 풀려난 직후 이집트 시민에 의해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모습입니다. 

구글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인터넷 없이 전화로 트위터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개시글

이와같이 이번 시민혁명에서의 페이스북의 역할은 결정적이였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트위터 또한 시위 상황을 실시간으로 내보내며 나름 역할을 하던 와중에 무바라크 정부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망을 차단해 버리자 이에 구글은 인터넷 없이도 트위터 구동이 가능한 시스템을 트위터와 함께 개발해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이집트의 자유를 위해 애쓰기도 했습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트위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한 언론 기사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는 이번 이집트 혁명뿐만이 아니라 이집트의 혁명의 간접적인 도화선이 된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역시 큰 역할을 했는데요.

대학을 나오고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때문에 과일 노점상을 해야 했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 사건이 SNS을 타고 번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일가의 불법 재산 축적과 관련해 불만으로 가득찼던 시민들이 모두 들고 일어났던 것이 발단이였습니다. 

거기에 튀니지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민들을 사망으로 몰고가면서 이런 소식 또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결국 시위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확산됐던 것입니다. 

※ 튀니지의 혁명을 '재스민 혁명'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재스민은 튀니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우리로 치면 '민초'에 해당되는 표현입니다.

※ 튀니지 국민의 18%가 페이스북 회원이며, 이는 이번 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튀니지 혁명의 영웅으로 떠오른 페이스북 블로거 슬림 아마모우씨 석방을 촉구하는 포스터

이렇게 SNS가 혁명의 시발점이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것은 각 국의 정부에서 언론을 통제했던 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결국 SN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Social-Media 라는 단어 그대로 사람 한명 한명이 미디어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며 뉴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저널리즘의 지평을 새롭게 여는 또 한번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되며 향후에도 이런 사례들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러한 SNS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현대판 마냐사냥 논란과 같은 SNS의 역기능, 더 나아가서는 온라인의 여론 형성 기능의 악역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과거와는 달리 어느 한명의 목소리에 좌지우지 되기에는 국민 한명 한명의 주장이 너무나도 강해진것 역시 사실입니다. 

오히려 서로 싸우기 보다는 뜻깊고 좋은 일에 더욱 동조를 하고, 함께 실천하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며 많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해주고 있는데요.

떡국 나눔행사를 독려하기 위한 트윗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선행담을 꺼내지 않더라도 얼마전 설 연휴때 한 병원의 제안으로 시작된 불우이웃과 떡국을 함께 나눠먹는 떡국 나눔 행사의 풍경을 우연히 있었던 TV로 보며 트위터를 사용하는 한 명의 트위테리안으로서 왠지 모를 자부심도 생기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셜미디어 혹은 SNS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하고, 또 많은 사용자들이 생긴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따져보면 아직 그 저변이 넓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로 대표되는 SNS가 향후에도 국내에서 계속적으로 활성화 되어 보다 뜻깊고, 좋은 일에 널리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자그마한 바램을 가져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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